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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꼴 임베딩과 서브셋 — 한글 PDF가 무겁거나 깨지는 이유

7분 분량

같은 내용의 PDF가 어떤 것은 200KB, 어떤 것은 15MB인 가장 흔한 이유는 이미지가 아니라 글꼴입니다.

글꼴 없이 글자는 그려지지 않습니다

화면의 글자는 글꼴 파일 안의 윤곽선 데이터(글리프)를 그린 결과입니다. PDF에 '안녕하세요를 본고딕으로 그려라'라는 명령이 있어도, 본고딕의 글리프 데이터가 없으면 그릴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PDF는 선택지를 둡니다. 글꼴 데이터를 파일 안에 담거나(임베딩), '받는 쪽 컴퓨터에 있겠지'라고 가정하고 이름만 적어 두거나. 후자가 글자 깨짐 사고의 근원입니다.

한글 글꼴은 왜 무거운가

영문 글꼴 하나에 필요한 글리프는 대소문자·숫자·기호를 합쳐 수백 개입니다. 한글은 자모 조합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글자가 11,172자이고, 한자·기호까지 포함하는 글꼴은 2만 자를 넘기도 합니다. 글꼴 파일 하나가 수십 MB인 이유입니다.

이 글꼴을 통째로 PDF에 임베딩하면 한 쪽짜리 문서가 수십 MB가 됩니다. 그래서 등장한 절충안이 서브셋입니다.

서브셋 — 쓴 글자만 담는다

서브셋 임베딩은 문서에 실제로 등장한 글자의 글리프만 추려서 담는 방식입니다. '안녕하세요'만 있는 문서라면 다섯 글자 분량의 데이터만 들어갑니다. 한글 문서의 PDF 용량을 극적으로 줄이는 표준 기법이고, PDF 뷰어의 글꼴 정보에서 글꼴 이름 앞에 'ABCDEF+' 같은 접두사가 붙어 있으면 서브셋이라는 표시입니다.

대가도 있습니다. 서브셋에는 문서에 없던 글자가 들어 있지 않으므로, 나중에 그 PDF를 편집해 새 글자를 추가하려면 원래 글꼴이 다시 필요합니다. '보는 용도로는 완전하지만 고치는 용도로는 불완전한' 상태인 셈입니다.

글꼴에도 라이선스가 있습니다

글꼴은 소프트웨어와 같은 저작물이라 임베딩 가능 여부가 라이선스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무료 글꼴 중에도 상업 문서 임베딩을 제한하는 것이 있고, 유료 글꼴 중에는 임베딩에 별도 라이선스를 요구하는 것도 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문서 서식을 만든다면 글꼴 선정 단계에서 임베딩 허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픈 라이선스(SIL OFL 등) 글꼴은 임베딩이 자유로워 이 걱정이 없습니다. 본고딕, 나눔 계열, 프리텐다드 같은 글꼴이 여기에 속합니다.

표시용 글꼴과 인쇄의 함정

글꼴이 임베딩되지 않은 문서를 열면 뷰어는 비슷한 계열의 다른 글꼴로 대체해 보여줍니다. 화면에서는 그럭저럭 읽히니 문제를 눈치채지 못하다가, 인쇄물에서 자간이 어긋나거나 특정 문자가 빠진 것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체 글꼴은 글자 폭이 원본과 달라 줄바꿈 위치까지 바뀔 수 있습니다. '화면에서 확인했는데 인쇄가 다르다'는 문제의 상당수가 여기서 옵니다. 중요한 문서라면 글꼴 임베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화면 확인보다 먼저입니다.

정리 — 문서를 만드는 사람의 체크리스트

글꼴 문제는 만드는 시점에 예방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 내보내기 옵션에서 글꼴 임베딩(또는 PDF/A)을 켠다
  • 외부 배포 문서에는 임베딩이 허용된 글꼴을 쓴다
  • 용량이 걱정되면 서브셋 임베딩을 쓴다 (대부분 프로그램의 기본값)
  • 보내기 전, 문서 속성의 글꼴 목록에서 모든 글꼴에 '포함됨'이 표시되는지 확인한다